나는 사랑을 말미암아 소리 없이 무너지는 것들을 바라보는 중이야. 무너지는 순간에서야 이것이 모래성이었구나, 조소하면서도 멍청한 울음이 그치지 않아. 봐, 내가 좋아하는 비처럼 내리고 있어. 비 아래의 모래성은 이렇게도 쉽게 무너지지. 나도 전부 다 알고 있었어. 이럴 줄 알았어. 사랑은 영원할 수 없고 어떤 황금성도 영영 빛날 수는 없는 법이지. 그러니 ...
친애하는 나의 리버 그대에게 편지를 쓰는 일은 내게 항상 새롭게만 느껴진다네. 가끔은 이런 내가 스스로 우습기도 하지. 하지만 그만 두고 싶지는 않아. 왜, 그런 말이 있지. 사랑은 사람을 눈 멀게 만드는 지독한 병이라고. 그렇다면 나는 아주 호되게 앓고 있는 것이 분명하네. 세상 이토록 바보 천치처럼 느껴지는 일은 또 없을걸세. 그러나 사랑을 후회하는 것...
사랑은 흔적을 남긴다. 그게 어떤 사랑이든 상관없었다. 너무나 차가웠던 사랑이든, 너무나 뜨거웠던 사랑이든. 상흔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아, 미적지근했던 우리의 사랑은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 가끔은 이게 사랑인지 헷갈리고는 했었으니 그 어떤 것도 남기지 못했을까. 혹은 눈 내리는 날의 발자국처럼 금방이라도 덮여 찾아보지 못할 종류의 것이었을까. - 형은 ...
https://www.youtube.com/watch?v=c0mTON9tjd8&t=2168s 들으면서 읽으시면 좋아요. 담홍은 종종 파괴적인 욕구에 시달렸다. 기실 '시달린다'라는 표현을 쓸 만큼 그를 귀찮게 만드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달린다'고 말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무언가를 파괴하고 싶다는 욕망이 자신을 향하는 것이 아닌...
우습게도 유온은 지금껏 제대로 된 고백을 해본 적이 없었다. 아무것도 모를 시기에 한번쯤은 무모함을 용기라 칭하며 그랬을 만도 했으나 어렸을 때는 누굴 좋아하기는 커녕 울음을 참는 것에 급급했고, 조금 더 여유가 생긴 뒤에는 누구보다 먼저 체념했기 때문이리라. 첫사랑은 누구도 알지 못했고, 그 다음 번의 사랑 역시 마찬가지였다. 설명 하는 이도 지루할 정도...
종종 나는 알지도 못할 죄의 깊이를 측정하려는 것처럼 잠든 네 얼굴을 바라보는 밤이 있다. 지금이 그렇다. 어쩐지 알지 못하는 죄를 마주 보는 것은 네 가장 무방비한 얼굴을 보는 것처럼 염치없는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리라. 염치없음을 알면서도 종종 잠에서 깬 새벽, 너를 들여다보게 되는 이유는 꼭 그것 하나뿐만은 아닐 테지만. 우리는 얼마나 지독한 죄를 짓...
여지휘사를 상정하고 썼습니다. 세레스 호감도 스토리 약스포 주의. 세레스가 이전 회차를 아주 조금 기억합니다. 아주 조금. 캐해석은 감안 부탁드립니다. 세레스는 모든 것이 신의 뜻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죽음 역시 순리이며, 신이 의도한 바가 있다고. 우리로서는 위대한 그분의 뜻을 헤아릴 수는 없으니 최대한 뜻을 따르는 것이 도리라고. 그리고 지휘사가 ...
조그마하던 동생이 어느 날! 못 본 사이! 엄청나게 커져서 돌아왔다면 믿겠나? 있을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너무 큰 차이라 믿기 어려울 수는 있지 않은가? 나는 눈앞의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그것도 아주 격렬하게. "어… 이성이니?" "그럼 누구겠어요? 희는 제 얼굴도 까먹었군요." 정말 너무해. 평소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얼굴로 중얼거리자 나는 큰 죄라...
내 사랑이 병적인 구석이 있음을 알아차린 것은 그다지 최근의 일은 아니었다. 누구보다 사랑을 동경했으나 그 사랑의 이면을 폭력적으로 들여다보아야 했으므로 그것을 신뢰하는 것은 내게 어려운 숙제처럼 남았다. 그러나 신뢰하는 것이 어려운 것과는 별개로 사랑받고 싶어 온기를 찾아 헤매는 것은 필연이 아니었을까. 이것도 나름의 생존본능에 해당할지도 몰라. 헛된 가...
"…성가신 걸 만들었다고 후회해 본 적 있어요." 잊으려야 잊기 어려운 목소리였다. 이런 상황에 쓰기엔 참 감성적인 문장이라는 평이 뒤따르기 마련이지만, 용법을 중요시하기엔 이 문장이 그의 심정을 그대로 반영하는 가장 고상한 문장이라고 할 수 있었다. 미련보다는 원한에 가까운 감정이 뒷받침한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겠지만.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떻단 말인가...
"이런 소리 듣는 것도 지겨운데, 그냥 사귈래?" 참으로 낭만 없는 말이다. 술에 취해 얼얼한 정신에 찬바람을 맞히며 할 소리는 아니지만, 지금이 아니면 말할 기회가 없을 것만 같았다는 것이 권민영이 변명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 말을 들은 장본인인 강지태는 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꽤라고 말하기도 미안할 정도였다. 술에 취해 본인이 무슨 말을 들었는...
# 아가레스는 오만처럼 높다란 탑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 그날을 어떻게 잊을까. 그날은 역천사 아가레스가 잃은 것을 지옥의 동부 공작 아가레스가 삼킨 날이었는데. 그러니 꿈을 꾸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었다마는 어딘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다. 위화감의 정체를 파악하지는 못했으나 구태여 들쑤셔야만 하는 종류의 것으로는 느껴지지 않았으니 그저 그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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